패러다임(paradigm)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마스 쿤이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패러다임은 '사례·예제·실례'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언어학에서 사용하는 으뜸, 표준꼴을 뜻하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패러다임은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이론·관습·사고·관념·가치관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개념의 집합체’로 이해될 수 있다. 쿤에 따르면, 과학사의 특정한 시기에는 언제나 전체 과학자 집단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모범적인 틀이 있는데, 이 모범적인 틀이 바로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이 패러다임은 완전히 혁명적인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자연과학적 지식이 발전하고 개선되는 것으로, 하나의 패러다임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으며 생성·발전·쇠퇴·대체의 과정을 되풀이한다. 본래 패러다임은 자연과학 용어로 쓰였지만 요즘에는 거의 모든 사회현상을 정의하는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인프라(infra)  

 

원래 용어는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국내에선 보통 '인프라'로 쓰인다. 인프라는 ‘경제활동의 기반을 형성하는 기초시설’을 의미한다. , 도로나 하천, 항만, 농업기반, 공항과 같이 경제활동에 밀접한 사회자본이 바로 인프라이며, 최근에는 학교나 병원, 공원과 같은 사회복지 생활환경시설 등 사회자본도 포함한다. 또 어떤 분야에 기초적인 학문연구나 설비투자,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의식이 부족할 때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정보인프라(information infrastructure)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컴퓨터와 통신네트워크가 결합해 형성된 새로운 유형의 사회적 기반을 가리키는 말로, 인터넷 등에서 컴퓨터와 사용자를 연결하는데 쓰이는 물리적인 하드웨어를 뜻한다. 또한 인프라는 전화회선, 케이블 TV 회선, 인공위성 및 안테나 등과 같은 전송매체와, 라우터, 리피터 등 전송제어장치 등도 포함한다.

 

키치(kitsch)

 

키치란 속악한 것, 가짜 또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사이비 등을 뜻하는 미술 용어이다. 1870년대 독일 남부에서 처음 사용된 키치라는 용어는, 당시 예술가들 사이에서 ‘물건을 속여 팔거나 강매한다’는 뜻으로 쓰이다 갈수록 의미가 확대되면서 저속한 미술품, 일상적인 예술, 대중 패션 등을 뜻하게 됐다. 19세기 말에는 유럽 전역이 급속한 산업화의 길을 걷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의 파급 속도도 빨라 중산층도 그림과 같은 예술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에 따라 미술품이나 그림을 사들이려는 욕구도 강해졌다. 키치는 바로 이러한 중산층의 문화욕구를 만족시키는 ‘그럴 듯한’ 그림을 비꼬는 의미로 사용하던 개념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면서 고급문화나 고급예술과는 별개로 대중 속에 뿌리박은 하나의 예술 장르로까지 개념이 확대되어 현대 대중문화·소비문화 시대의 흐름을 형성하는 척도를 제공하기도 한다. 1970년대 한국에서 유행한 ‘촌티패션’을 비롯해 1990년대의 구멍 뚫린 청바지, 배꼽티, 패션의 복고 열풍 등도 하나의 키치 문화로 보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혹자는 키치 현상을 보편적인 사회현상, 인간과 사물 사이를 연결하는 하나의 유형,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기능적이며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 사회적 경향 등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멜랑콜리

 

멜랑콜리는 그리스 어 멜란콜리아(μελαγχολία)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울한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멜랑콜리는 정신의학에서 정신적 상태(마음의 병)뿐 아니라 육체적인 상태(뇌의 병)도 나타내며, 철학에서는 우울한 정신상태와 그것을 이끌어내는 성격 또는 신체적 원인을 의미한다. 멜란콜리아라는 말은 고대 의학의 학설인 ‘사체액설’에 그 유래를 두고 있다. 사체액설이란 인체는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의 4개의 체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네 가지 체액 사이의 균형이 인간의 성격을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중 흑담즙이 과잉인 경우 ‘우울질’이라는 기질이 된다고 했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가 사체액설을 정립하고 발전시킨 사람들인데 이들에 의하면 멜랑콜리는 흙의 원소와 연결되고, 사계절 중 가을, 인생의 성인기와 하루 중 오후에 연결된다고 했다.

프로이트의 <슬픔과 멜랑콜리>에 따르면 멜랑콜리는 일종의 나르시시즘으로서 자신이 사랑하던 대상을 완전히 상실한 뒤 대상 속에 투영됐던 자신의 자아마저 상실하게 되는 경험이다. , 대상 상실의 경험이 자기 상실의 경험과 겹쳐지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멜랑콜리는 사람이나 동물 등 구체적인 대상이 아닌, 관념적인 대상을 사랑하다 잃은 경우에 생긴다. 멜랑콜리도 일종의 슬픔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것은 건강한 슬픔이 아닌 병적인 슬픔이다. 슬픔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인 반면, 멜랑콜리는 몇몇 사람만이 가지는 특수한 감정이기 때문에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는 것이다.

 

포퓰리즘 (populism)

 

포퓰리즘은 이데올로기 혹은 정치철학으로서, ‘엘리트주의’의 반의어로 종종 사용된다. 포퓰리즘은 라틴어 포퓰러스(populus)에서 유래된 말로 대중, 민중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포퓰리즘은 대중을 엘리트와 동등한 위치에 두고 그들을 위한 정치 및 사회 체제의 변화를 주장하는 이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데, 이 때는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었던 페론과 그들의 추종자들이 보여준 ‘민중을 위하는’ 정치적 태도를 말한다. 이 용어의 기원은 다음과 같다. 페론 대통령 집권 당시, 산업화가 한창이던 아르헨티나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돈도 없고, 일자리도 없어 끼니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러자 페론 대통령은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저소득 계층의 임금을 올려주고 복지를 늘리는 등 각종 물량공세를 폈다. 또 중산층들도 중산층대로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을 받으려 대통령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처럼 모두에게 사랑을 베푼 결과 대통령의 인기는 치솟았으나 지나친 분배위주의 정책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초래하고 실질임금의 저하를 가져왔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포퓰리즘은 민중을 위한다기보단 정치인들이 인기에 영합해 민중을 빙자하거나 사칭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레임덕(Lame Duck) 

 

레임덕이란 임기만료를 앞둔 공직자의 통치력 저하를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한 말이다. 이 용어는 미국의 남북 전쟁(18611865) 때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출되지 못한 현직 대통령이 정치적 지배력을 잃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마치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처럼 엉성해 보이는 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1933 10월 이전까지, 미국 헌법은 대통령 선거를 11월에 치르고 임기는 다음해 3 5일에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이 재선되지 못할 경우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될 때까지 약 4개월동안 사람들의 관심이나 언론의 초점이 새로 뽑힌 대통령에게 쏠리게 되므로 자연히 현직에 있는 대통령은 권력 누수 현상을 겪게 되었다. 이런 불합리한 점을 고치기 위해 미국 의회는 1933 10월 대통령 선거에 대한 수정 조항(대통령의 임기의 시작을 1 20일로 앞당김)을 마련해 권력누수기간을 단축시켰다. 한편, 레임덕은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다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여소야대) 대통령의 정책이 의회에서 잘 관철되지 않는 경우를 뜻하기도 한다.

 

카타르시스 

 

정화(淨化) 혹은 배설(排泄)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전자는 종교 의식에 있어서 죄의 더러움을 씻고 심신을 깨끗이 한다는 뜻에서 발전돼 ‘감정에서 불순한 부분을 씻어 없앤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후자의 의미로 쓰일 때는 의학상 배설이라는 의미의 은유로서 ‘감정의 분출’을 나타낸다. , 연민과 공포는 인성의 본연적 경향이지만 비극적 흥분은 관객의 심리에 쌓이는 이러한 정서를 배출해 감정의 중압에서 해방과 경감의 쾌감을 일으킨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로, 그가 <시학>에서 “비극은 어떤 행위를 모방한 것으로서 애련과 공포에 의하여 이것들의 정서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행한다”라고 비극을 정의한 데서 이 용어가 등장했다. 심리학에서는 의식하지 못한 채 억압되어 남아있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 경험하는 해방감을 말하는데 루마니아 출생의 미국 정신병리학자 J.L. 모레노의 사이코드라마적 방법에서는 심리적 갈등을 즉흥극으로 재현하는 것으로 카타르시스가 발생한다고 한다. 또한 정신분석에서는 무의식 속에 잠겨 있는 마음의 상처나 콤플렉스를 말과 행위, 감정으로 발산시켜 노이로제를 치료하려는 정신요법의 일종으로, 정화법(淨化法) 또는 제반응(除反應)이라고도 한다.

 

그로테스크 (grotesque)

 

그로테스크란 본래 그로테스코(grotesco)라는 이탈리아어로, 보통 그림이 어울리지 않는 장소를 장식하기 위한 색다른 장식품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오늘날엔 괴기스러운 것, 극도로 부자연스러운 것,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것 등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15세기 말 고대 로마의 폐허가 발굴되었을 때 지하에 파묻혔던 건축물의 지하실이 동굴과 흡사했는데 그 벽 모양은 덩굴식물인 아라베스크에 공상의 생물, 괴상한 인간의 상, 꽃·과일·촛대 등을 복잡하게 결합시킨 것으로, 이후 그 기괴함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 그로테스키(grotteschi)라는 괴기취미의 유행을 낳았다. 그로테스크란 말은 여기서 시작돼 미술에서는 라파엘로, 핀투리키오 등의 바티칸 성당 장식무늬나 루이 16세 시대의 고대 취미 등을 가리키다, 이후엔 예술 일반에 있어 ‘환상적인 괴기성’을 뜻하는 용어가 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포스트모더니즘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권위주의적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로 시작됐다. 서구세계는 2차 세계대전과 직후에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들, 가령 유태인 대량학살, 히로시마 원폭투하, 생태계의 파괴, 핵전쟁위협 등 인간성을 위협하는 여러 현상들로 인해 서구 철학의 근간이 되던 합리주의 이성론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좌절과 허무 속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것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이후 계속된 사회 문화적인 변화 역시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켰으며, 오늘날 흔히 얘기되는 후기 산업사회, 정보화시대, 대중소비사회 같은 용어들은 이러한 새로운 질서를 다각적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연극, 무용, 음악, 예술, 문학, 철학, 자연과학, 심리학 등 모든 분야에서 나타났는데 그 특징은 불확실성, 파편성, 표준의 해제, 자아 상실, 다양함 등으로 설명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성으로는 시작과 종말의 붕괴, 기원의 부정, 인간의 탈중심화, 새로운 것에의 활력, 이성의 탈신격화, 통일성의 거부, 주체의 공허성, 언어의 한계성 등을 지적할 수 있다. 프레드릭 제임슨은 <모던에서 포스트모던으로>라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현대에서 우리가 갖는 느낌은, 이제 우리 자신이 새로우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으며, 모든 것이 가능하고, 어떤 것도 다시 똑같을 수 없고, 어떤 것도 다시 똑같기를 원치 않으며, 우리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기를 원하며, 과거의 모든 대상, 가치, 정신구조, 일을 행하는 방식들을 제거해 버리길 원한다. 어쨌든 과거의 모든 것이 변형되기를 원한다는 신념에 근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그리고 철저하게 현대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현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포스트모더니즘 상황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방식이다.

 

패러독스(paradox)

 

모순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옳은 것 혹은 옳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순된 것을 뜻하는 말로, 우리말로는 역설(逆說)이라 번역한다. 어원은 그리스어 ‘para’와 ‘doxa’를 합친 것으로, para는 ‘넘어선’을, doxa는 ‘견해’를 뜻해 ‘일반적 견해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패러독스는 보통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역설이란 부정하기 힘든 추론 과정을 거쳐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가령 왕자의 사냥구역에서 밀렵을 하면 사형되는 나라가 있었다. 어느 날 왕자는 “누구든 밀렵을 하는 자는 사형에 처할 것이지만, 교수형이나 참수형 중 사형방법을 선택할 권리를 준다. 죄인에게는 죽기 전 한 번의 발언권을 주고 그것이 거짓이면 교수형에 처하고 만약 사실이라면 참수한다”는 새로운 법을 공포했다. 이에 익살스런 논리학자가 이 모호한 선택권을 시험해보려고 밀렵을 하다 잡혔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발언권을 이용해 “나는 교수형에 처해질 것이오”라고 말했다. 사형수가 당도하자 그는 다시 “만일 당신이 지금 교수형을 행하면 왕자의 법을 어기는 것이오. 내 말이 사실이면 법률상 나는 참수돼야 하니까. 또 참수형을 행한다면 내 말이 거짓이 돼 교수형에 처해져야 마땅하지. 그럼 그것 또한 법을 어기는 것이 되지 않겠소?”라며 사형을 모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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