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선 한 조직 내에서의 연애가 금기시 되는 경향이 짙다. 특히 같은 과 커플이나 같은 회사 동료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종의 야릇한 감정은 주위 사람들을 불쾌하게 또는 신경 쓰이게만들기 일쑤다. 실제 직장 상사들이 이른바 '사내 커플'을 반대하는 이유는 사귀다 이별했을 때 닥칠 업무 지장 및 이직, 그리고 그 일련의 과정이 다른 직원들의 심리 상태를 어수선하게 만들기 때문이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한줌의 내규나 통제로 막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하물며 목숨이라도 내놓으라면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선 더더욱 그러할 터. '몰래한 사랑'은 조직에도 피해를 주지 않을뿐더러 몰래하기 때문에 더 애틋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은 그 방법론에 관한 의견이다.

휴대폰과 메신저에 흔적을 남기지 마라

휴대폰과 메신저는 지극히 개인적인 말들이 오가는 공간이다. 여기서 ''이란 음성이 아닌 문자다. 음성은 녹음하지 않는 이상 내뱉는 순간 사라지지만 문자는 지우지 않으면 거기 그대로 남아 있다. 남아 있는 그것을 연인끼리 보는 건 물론 아무 상관 없다. 문제는 사내 다른 사람이 그것을 보았을 때 생긴다. 오글거리고 끈적대는 그 수많은 사랑 멘트들은 사후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될 것이다. 때문에 둘이 주고 받은 문자는 어디 백업을 시켜 두거나 그 때 그 때 지우는 것이 현명하다. 사람 일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어서 동료 중 누가 "내 폰 밧데리가 다 돼서 그런데 문자 한 통만 보내자"며 당신 폰을 조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사무실에서 리드미컬하게 둘이서 메신저 타자를 치는 것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사무실내 사람들은 좀비가 아니다. 둘은 아무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도 문득 당신의 자리로 말을 걸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 그 때 채 열기가 식지 않은 사내 연인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메신저 창이라도 떠 있으면 적잖이 난감한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게 좋다.

모든 여()직원을 연인처럼

차별이 전제되는 편애는 사내 커플간 발생시 더욱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내 연애 중인 사람들은 되도록 모든 직원과 상사에게 똑같이 친절할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를 불문, 똑같은 애정과 미소로 배려하라. 물론 자연스럽게. 이 상황의 핵심은 당신의 연인과 타인에 대한 감정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공식화하기 위한 것임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회사에선 연인 보기를 돌같이 해라.

회사 근처에선 데이트 금지 

회사 근방은 지뢰밭과 같다. 둘을 바라보는 시선의 지뢰밭이요, 둘을 바라본 뒤 오가는 말()들의 지뢰밭인 것이다. 때문에 출퇴근을(우연이라도)함께 한다거나 점심을 단 둘이 먹는다는 것은 일종의 자살 행위, 그야말로 '간 큰' 행동이 된다. 사실 이는 회사 근처에서 더 조심하라는 얘기지, 회사 근처가 아니면 괜찮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가고자 하는 곳은 많은 타인들도 알고 있고 또 가려 하는 곳일 확률이 높다. 가령 주말에 춘천에 가서 배라도 타려 치면 승객들 중 사무실 동료나 상사가 섞여 있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무슨 공인이나 스타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경계하며 살아야 할 필요가 있느냐,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는 기본적으로 더불어 사는 곳이고, 특정 사회 속 조직엔 그곳만의 정서와 룰이 있기 마련이다. 사내커플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대하는 곳에서 굳이 사내 연애를, 그것도 남들 눈치 안보고 하겠다면 둘 중 한 명은 퇴사를 각오해야 할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사랑도 마음대로 못하는 조금 슬픈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호칭은 그대로

쉽진 않겠지만 회사에선 '~'라는 호칭과 더불어 서로 높임말을 써라. 자신도 모르게 '자기' 내지는 '오빠' 같은 호칭이 튀어나오거나, 무턱대고 데이트 때처럼 반말을 하는 순간 회사는 둘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하게 됨을 명심하자. 사내에서 애인을 부르거나 애인과 대화를 하게 될 땐 한 박자 쉬고 대처하자. 언제나 가슴(감정)은 뇌(이성)보다 앞서는 법. 조직의 이성으로 조율하지 않으면 사적인 감정은 언제, 어디서 들통날지 모른다.

커플 관련 품목은 조심

당연한 얘기지만 타 직원들의 레이더에 가장 쉽게, 그리고 결정적으로 포착되기 마련인 커플 품목은 자제하자. 대표 품목인 커플링은 물론 사복을 입는 회사에선 커플티도 감시(?) 대상일 수 있다. 색깔이나 디자인만 다른 같은 브랜드 품목 역시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충분한 심증을 가진 타인들의 눈에 그것들은 둘이 사내 커플임을 밝혀줄 결정적 물증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

떨어져 앉아라

님을 곁에 더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 회사에서라고 예외일 리 없다. 물론 그런 감정에 못 이겨 회의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바늘 쫓는 실처럼 행동하면 곤란하다. 공식 석상에선 되도록 연인과 떨어져 앉아라. 멀리서 바라만 보는 애타는 마음은 퇴근 후, 주말에 실컷 보상 받을 테니 회사에선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서로간에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연인 사이를 들키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말이다.

연인의 험담에 발끈 말 것

조직에선 으레 뒷담화가 잦은 법이다. 가뜩이나 피곤한 직장 생활 더 피로하게 만들어 주시는 상사부터 눈에 가시 같은 동료 직원까지, '씹을 거리'는 도처에 널려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타깃이 당신의 연인이 되었을 땐? 이럴 땐(마음은 아파도)그저 모른 척 연인의 뒷담화에 맞장구를 치거나 슬쩍 좀 더 보태는 식으로 대화에 적극 가담해주는 것이 좋다. 행여나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떨어뜨린다거나, "누가 그런 소릴 해!"라며 발끈 할 시엔 눈치 빠르고 남 이야기 좋아하는 동료들에게 둘 사이를 털어놓는 셈이니 주의하도록. 만사는 냉정하게 대처하는 이들에게 좀 더 유리하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커플 인정! 오픈 연애

"
우리가 왜 남 눈치를 봐야 돼?"라고 생각하는 커플은 차라리 공개 연애를 해라. , 연인 사이인 둘 때문에 다른 직원들(특히 싱글들, 중에서도 노총각과 노처녀들)이 위화감을 느끼거나 업무에 차질이 빚어져선 곤란할 것이다. 만일 그런 분위기로 흘러가면 당신의 상사가 둘 사이를 이유로 '면담'을 청하게 될 것이고, 둘은 사내에서 조금씩 고립돼 갈 확률이 높다. 오픈 해서 사내 커플로 지내기 위해선 그러기 전보다 훨씬 철저한 자기 관리, 공사 구분이 요구되므로 둘 사이에 충분한 대화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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