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임원은기업의 별로 불린다. 군대에서을 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의 임원이 되면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고 거기에 1억원 이상의 연봉은 물론 개인 사무실, 차량, 개인 비서, 각종 회원권과 유지비 등 엄청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원이 되는 것은 모든 샐러리맨들의 꿈이다. 그러나 평범한 대졸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임원이 되려면 최소한 20년 이상을 바라보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직급별 평균 승진률이 38.8%에 그치는 등 승진 정체가 심해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신입사원은 사실상 1000명 중 8, 백분율로는 0.08%에 불과하다고 한다. 바늘구멍보다도 더 좁은 승진의 문을 뚫고 임원이 된 사람들, 그들은 나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타인과 차별화된 전문성과 업적

 

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과 노하우가 임원 승진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건설 회사인 경남기업의 김호영 사장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해외 건설 분야 전문가다. 그는 지난 2000년 현대건설 유동성 문제 발생 이후 회사 구조조정본부 IR팀장을 맡아 국내외 신인도 제고에 기여해 국내 신용등급 상향 및 해외 신규 공사 참여 자격을 확보하는 등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9월 경남기업 해외총괄사장으로 영입됐고, 구원투수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전무 역시 뛰어난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임원이 된 경우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D램에 이어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왔는데,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승승장구를 해왔던 데에는 김기남 전무가 이끄는 연구팀의 공이 컸다. 기라성 같은 CEO와 임원, 그리고 박사들이 즐비한 삼성전자이지만, 연구개발 부문에서 전문성을 갖춘 임원을 꼽으라면 김 전무가 첫손에 꼽힐 정도다. 상당수 연구원들이 초기에는 연구소에 몸담다가 이후 관리직으로 경로를 바꾸는 데 비해, 김 전무는 연구개발에서만 전문성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1985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근무를 시작해 97년에 이사로 승진했지만, 이후로도 계속 연구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 입사 후 김 전무의 25년 반도체 인생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와 늘 함께한 셈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은 만큼, 후배와 부하직원들에게도 가장 강조하는 것이 공부다. ‘열심히, 빨리, 잘해라가 김 전무가 강조하는 자질이다. 전문가로서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지식과 업무능력은 물론, 외국어 실력과 같은 관련 지식 또한 닦아야 한다는 것이 김전무의 지론이다. 전문성을 가진 인재는 회사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가져다 주기 마련이다. 전문성과 그에 따른 업적은 회사에서 그 사람의존재의 이유가 되기도 하며,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데 아주 주요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폭넓은 대인관계

 

대기업 인사에서 새롭게 임원이 된 50명의 신임 임원을 대상으로 임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무려 30명이원만한 대인관계를 임원 되기 10계명의 첫 번째 계명으로 꼽았다. 여기서 원만한 대인관계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조직 상하간, 계층간 관계 모두가 포함된다. 임원에게는 회사 경영진과 조직원 사이의 중간자 입장에서 서로를 이해시킬 수 있는 이해조정 능력도 필수이고, 관계부서와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 역시 중요하다.


김종욱 우림건설 문화홍보실 상무가 바로 폭넓은 인간관계의 덕을 톡톡히 본 경우이다. 김 상무는 자신이 중견 건설사의 홍보실장, 이사를 거쳐 상무로까지 승진할 수 있던 비결이 바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만큼 그 스스로도 자신의 폭넓고 돈독한 인간관계가 사회 생활에서 최고의 장점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아는 사람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사람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들을 얼마나 깊이알고 있느냐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사무적으로 대할 것이 아니라 진실한 태도로 대하면 관계가 지속되면서 절로 관계가 깊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애경사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서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면 올바르게 짚어줄 수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나중에는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먼저 도움을 요청해오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들이 좋은 인간관계의 기반이 되는 것은 물론, 임원 자리에 올라가서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도 도움의 손길을 건네줄 든든한 지원군들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의사소통 능력

 

원활한 의사소통능력은 회사를 이끌어 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포춘> 500대 기업의 고위 임원들 중 97.7%가 자신의 성공에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사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의사소통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임원 자리에 오를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 어느 상장기업의 새 대표이사로 영입된 L 사장은 회사의 환율 대응 미비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었는데, 초기에 재무 담당자와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환율에 대해 대처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는데, “아직 괜찮다는 담당자의 말을 믿고 시간을 보내다 손을 댈 수 없는 상황까지 가 버린 것이다.


이에 반해 전병서 대우증권 IB영업본부장은 논리적인 사고와 언변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로부터도 최고라고 인정받는 애널리스트다. 그는 실제로 업계에서 논리 개발에 있어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애널리스트로 평가 받기도 했다. 쉬운 표현을 사용해서 자신의 논리를 펼치며 상대방을 설득하는 언변은 전 상무의 무기였다. 사실 말 한마디에 수백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 증권업계에서 펀드매니저들이 납득할 만한 논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애널리스트는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전 상무는 자신만의 논리개발 노하우도 만들었다. 기업을 설명하는 데 있어 해당 종목을 사야 하는 이유 3개와 팔아야 하는 이유 3개를 우선 적은 뒤, 다시 3개씩 부수적인 근거들을 확장해내는 방식이다. 물론 이러한 논리적 사고를 위해서는 해당 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 즉, 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전략, 기획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한 사람들이 임원이 될 확률이 높은 것은 바로 그들이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언변을 갖췄기 때문이다. 어차피 임원 대상이 되는 인재들의 능력은 다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차이는 그 능력을 어떻게 밖으로 표출시켜 내느냐다.

 

열정

 

사원에서 시작해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들은 업무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에 대한 열정은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적극적인 일 처리로 이어진다. 이석구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는열정이 있으면 조직과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적극적 자세가 나온다고 말했다.


수십 년 동안 국내 화장품 업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의 이옥섭 기술연구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열정의 표본이다. 그는 1976년 태평양에 처음 입사했을 때, 화장품이 생각했던 만큼 좋은 성분으로만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스킨케어 처방전을 봤는데 방부제와 계면활성제가 엄청나게 들어가더군요. 자연스레 이런 성분을 줄일 수는 없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지요.”


그는 업무를 마친 후 두 성분을 줄일 수 있는 실험에 몰두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앉는 일이었지만 의미 있는일이라 여겼기 때문에 그는 늘 밤 10시까지 회사에 남아 실험을 계속했다. 그렇게 3년여 동안 실험을 거듭한 끝에 이 소장은 마침내 방부제와 계면활성제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고, 급기야 일개 연구원에서 주목 받는 신입사원으로 떠올랐다. 또한 천연재료를 사용한 한방화장품인 설화수를 개발하면서는 전국 방방곳곳을 누비며 재료를 찾았다. 거문도 수선화 향이 좋다면 한걸음에 거문도로 달려가고, 제주도 한란 향이 좋다는 얘기에는 또 제주도까지 날아갔다. 선운사 뒤 야생녹차 성분은 재배녹차 성분과 뭐가 다른지를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고, 여수 오동도 동백과 제주도 동백이 뭐가 다른지를 찾아내기 위해 또 꼬박 며칠 낮밤을 보내는가 하면, 인삼을 원료화하기 위해 전국의 인삼밭을 누비고 다니기도 했다. 이 같은 열정의 결과물인 설화수는 연 매출액 3000억원이 넘는 초히트 상품이 됐다.

 

리더십

 

리더십이란 과연 무엇일까?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직원들과 합심하여 추진력 있게 끌고 나가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한 가지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정일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장 역시 리더십이 뛰어난 대표적인 임원이다. 그는터미널 백화점으로 불리던 신세계 강남점을한국의 대표 명품 백화점으로 끌어올리면서 정일채식 리더십을 만방에 과시한 인물이다. 그는 강남점장이 되자마자 “3개월 안에 매장 확장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라는 과제를 부여 받았다. 무조건 이 기간 동안 일을 마치겠다고 결심한 정 점장은 자신이 늘 해오던 대로 솔선수범하기 시작했다. “무작정 솔선수범한 것은 아닙니다. 솔선수범 이전에 현재 강남점이 처해 있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 신세계 경영진은 강남점에 무얼 기대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 직원에 소상하게 알렸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각 부서가 무슨 일을 언제까지 어떻게 해낼 필요가 있는지 명확하게 규정해줬지요.”


덕분에 신세계 강남점은 전 직원이 힘을 합쳐 공사기간을 맞췄을 뿐 아니라, 재개장 이후로는 매달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 업계 5위 수준이던 강남점의 매출은 2위까지 뛰어올랐다. 기업에서 대부분의 성과는 팀 단위로 집계된다. 혼자서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낸다 해도 팀 전체 성과가 미미하면 개인의 성과는 묻혀지기 마련이다. 반면 자신의 성과는 미미하더라도 팀 성과가 좋으면, 팀을 관리하는 관리자로서 능력을 널리 알릴 수 있다. 결국 팀원들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이 리더십의 근간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이종보 한화종합화학 상무보는내가 가진 지식을 전수해주면 후배가 내 경쟁자가 된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는 아주 좁은 시각일 뿐이라며인재를 육성해 자신의 일을 맡기고, 자신은 좀 더 상위 업무를 진행하는 게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임원은임시 직원의 줄임말이라는 말이 있다. 임원이 되기는 어렵지만 임원이 되고 난 후 자리를 보전하는 것은 더 어렵다. 온갖 노력 끝에 임원이 되었다 해도, 실적이 받쳐 주지 않으면 언제 회사에서 밀려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별인 임원이 되기를 꿈꾸지 않는 샐러리맨은 없을 것이다. 평사원 출신으로서 임원으로 승진하기 위해 실력은 기본이다. 거기에 조직문화에 맞는 품성과 철저한 자기관리, 그리고 운까지도 따라줘야 한다.

 

<참고자료>

<매너스닷컴> 자유게시판 상사에게 찍히는나쁜 습관’’

티스토리 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 노트> ‘평사원으로 입사해 전문경영인이 된 한 직장인의 3가지 성공전략

<매일경제> ‘나는 어떻게 임원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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